출산 후 급격한 건망증과 감정 기복은 뇌 기능 저하의 신호가 아니다. 이는 어머니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지극히 정상적인 신경학적 재편, 즉 ‘마트레센스(Matrescence)’의 증거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도서와 논문은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불안감을 해소하며 부모로서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하는 핵심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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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뇌’의 배신인가, 진화인가
아이를 낳고 난 뒤 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리고, 대화 중에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험은 수많은 어머니들의 공통된 고충이다. 이러한 인지 능력의 변화는 종종 ‘내 뇌가 망가졌다’는 심각한 공포와 자책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예민함 문제가 아니다. 완벽한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 엄마들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변화마저 결함으로 인식하게 된다.
마트레센스: 과학이 발견한 어머니 됨의 과정
많은 어머니들이 호소하는 ‘마미 브레인’ 현상은 사실 퇴화가 아닌 진화의 과정이다. 인류학자 다나 라파엘이 명명한 마트레센스는 여성이 어머니로 전환되면서 겪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의 총체를 의미한다. 이는 마치 사춘기(Adolescence)와 같이 인생의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 단계 중 하나이다. 뇌에서는 특정 시냅스를 제거하고 효율화하는 ‘가지치기’가 일어나는데, 이는 아기와의 상호작용, 위험 감지, 공감 능력과 관련된 신경 회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성을 가진 재편 과정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부모의 73%가 양육으로 인한 탈진을 경험하는데, 마트레센스에 대한 무지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 시기의 뇌 변화를 ‘손실’이 아닌 ‘전문화’ 과정으로 이해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식으로 불안을 잠재울 필독서와 논문

마트레센스라는 용어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깊이 있는 지식만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부모의 불안을 악용하는 상업적 정보가 아닌, 전문가의 통찰이 담긴 자료를 선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엄선된 도서와 논문은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적인 이해로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임상심리학자가 풀어낸 모성 뇌의 비밀
대표적인 추천 도서로는 뉴욕타임스가 ‘어머니가 되는 과정의 필독서’라 극찬한 오렐리언 알렉산드라 스택스의 저서가 꼽힌다. 이 책은 마트레센스를 정신병리가 아닌, 여성이 겪는 당연한 발달 과정으로 설명하며 수많은 어머니들에게 심리적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저자는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 양가감정, 관계의 변화를 따뜻하고 명료한 언어로 풀어낸다. 기존에 ‘산후우울감’이나 ‘호르몬 탓’으로 치부되던 복합적인 감정들에 마트레센스라는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엄마들은 자신의 경험이 비정상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자기 이해는 고립감을 줄이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문턱을 낮추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뇌과학이 증명한 놀라운 변화: 학술적 접근
더욱 깊이 있는 과학적 근거를 원하는 부모라면 뇌과학 분야의 학술 논문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 좋다. 신경과학자 엘셀린 호크제마(Elseline Hoekzema) 등이 발표한 연구들은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뇌 구조를 장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fMRI 촬영을 통해 명확히 증명하였다. 이 연구들은 특정 뇌 영역의 회백질 부피가 감소함을 보여주는데, 이는 뇌 기능의 손상이 아니라 양육에 필요한 핵심 기능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교한 ‘최적화’ 과정임을 시사한다. 구글 스콜라나 펍메드(PubMed) 같은 학술 검색 엔진에서 ‘maternal brain plasticity’, ‘matrescence’ 등의 키워드로 관련 논문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은 ‘뇌가 사라진다’는 공포를 ‘놀라운 적응’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바꾸는 강력한 지적 경험이 된다.
단순 지식을 넘어선 부모의 주체적 선택
마트레센스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부모가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고 양육 환경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파트너에게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공유하는 것은 ‘독박육아’의 정서적 부담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산후조리 실태조사 결과, 산모의 정신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배우자의 지지로 나타났다. 마트레센스에 대한 부부의 공동 학습은 막연한 위로를 넘어 구체적인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과학적 근거가 된다.
궁극적으로 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온전히 부모의 몫이다. 자신의 변화를 긍정하고 스스로에게 더 많은 인내와 연민을 허용할 것인지, 혹은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부모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자주 묻는 질문
마트레센스는 모든 엄마가 동일하게 겪나요?
생물학적 변화의 기전은 보편적이지만, 그 경험의 강도와 양상은 개인의 기질, 과거 경험, 사회적 지지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모든 어머니는 자신만의 고유한 마트레센스 여정을 통과한다.
‘모성 뇌’로 인한 건망증은 영구적인가요?
영구적이지 않다. 양육에 집중하기 위한 뇌의 일시적 재조정 과정으로,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대부분의 인지 기능은 임신 전 수준으로 회복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발달한다.
아빠에게도 비슷한 뇌 변화가 일어나나요?
일어난다. 주 양육자인 아버지 역시 아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공감 및 애착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호르몬의 영향보다는 양육 행동 자체가 뇌를 변화시키는 증거이다.
추천 도서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문가의 강연 영상이나 공신력 있는 언론의 기사, 팟캐스트 등으로 먼저 개념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핵심은 모든 변화가 비정상이 아닌 정상 발달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마트레센스 지식은 산후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매우 중요한 예방적 역할을 한다. 자신의 힘든 감정과 신체 변화가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이해하면 불필요한 자책과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산후우울증의 주요 위험 요인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