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레센스는 여성이 엄마가 되면서 겪는 지극히 정상적인 심리적·신체적 전환기이지만, 많은 경우 산후우울증으로 오인되어 방치된다. 이 시기의 어머니에 대한 이해와 지지는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아동의 정서적 뇌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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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됨’의 격동기, 질병으로 오인되는 마트레센스
출산 후 많은 여성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정체성 혼란과 감정 기복을 겪는다. 이는 개인의 나약함이나 준비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라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인 발달 단계이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자연스러운 변화는 종종 산후우울증이라는 질병의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스스로를 실패한 엄마로 규정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정체성 혼란의 심리학적 기원
‘마트레센스(Matrescence)’라는 용어는 1970년대 인류학자 다나 라파엘이 사춘기를 뜻하는 ‘애돌레센스(Adolescence)’에 빗대어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이는 여성이 임신, 출산, 양육을 거치며 겪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의 총체를 의미하는 발달 과정이다. 사춘기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전환되는 시기이듯, 마트레센스는 한 개인에서 ‘어머니’로 재탄생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자아와 새로운 역할 사이의 괴리는 극심한 내적 갈등을 유발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후 1년 내 여성의 약 68%가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며, 이는 단순 우울감을 넘어선 복합적 심리 변화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시기의 감정 변화를 무조건 병리적인 것으로 판단하기보다,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의 일부로 이해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통과하는지가 이후의 양육 태도와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뇌 구조의 재편, 과학이 증명한 모성의 탄생

마트레센스 시기의 변화는 단순히 감정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신 뇌과학 연구들은 여성의 뇌가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물리적으로 재구조화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자녀를 돌보고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놀라운 생물학적 적응 과정이다.
공감, 불안, 사회적 인지 등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눈에 띄게 변화하며, 이는 아이의 미세한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뇌를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뇌의 변화는 모성 본능이 단순한 신화가 아닌, 과학적 근거를 가진 현상임을 증명한다.
공감과 양육을 관장하는 뇌의 변화
임신과 출산 기간 동안 옥시토신, 프로락틴과 같은 호르몬이 급증하며 어머니와 아이 간의 강렬한 유대를 촉진한다. 신경과학계의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연구 결과들은 이 시기 어머니의 뇌에서 공감과 관련된 전전두피질, 불안을 조절하는 편도체 등의 회백질 밀도가 변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는 아이의 감정을 더 잘 읽고 위험을 예측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뇌가 영구적으로 재편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어머니가 되는 과정은 새로운 생명을 책임지기 위해 뇌가 스스로를 리모델링하는 경이로운 과정인 셈이다. 이러한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엄마가 된 후 겪는 사고방식의 변화가 지극히 정상적임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준다.
‘엄마 뇌’ 현상과 사회적 오해
많은 엄마들이 출산 후 기억력이 감퇴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엄마 뇌(Mommy Brain)’ 현상을 호소한다. 일부 연구에서 특정 인지 기능의 일시적 저하가 관찰되기도 하지만, 이를 뇌 기능의 퇴화로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오해이다. 뇌의 한정된 인지 자원이 아이의 생존과 관련된 정보 처리에 최우선으로 재배치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뇌가 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정보들을 필터링하고 양육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고도의 효율화 과정이다.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 양육 역량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사회적 지지 체계가 필수적이다. 고립된 환경에서 이러한 인지적 변화는 과도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트레센스, 건강한 애착 형성의 결정적 시기
어머니가 마트레센스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는 아이의 초기 애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의 심리적 안정은 아이에게 세상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의 기초를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토양이다. 이것은 어머니에게 완벽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안녕이 곧 아이의 안녕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인정하고 돌보는 어머니는 아이의 감정적 요구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는 안정적인 애착 관계의 핵심이며, 아이의 사회성 및 정서 조절 능력 발달의 근간이 된다.
혼란을 넘어 성장으로, 현명한 엄마의 첫걸음
마트레센스는 질병이 아닌, 한 여성이 어머니로 성장하며 겪는 심오한 발달 과정이다. 이 시기의 혼란과 어려움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 격동의 시기를 이해하고 자신을 긍정하는 것은 건강한 양육의 출발점이자, 한 인간으로서 더 깊고 넓어지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
자신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필요할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야말로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부모의 모습일 것이다. 이 과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헤쳐 나갈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온전히 부모의 몫으로 남는다.
자주 묻는 질문
마트레센스는 산후우울증과 어떻게 다른가요?
마트레센스는 모든 엄마가 겪는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발달 단계인 반면, 산후우울증은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 상태이다. 마트레센스는 정체성의 재정립 과정이지만, 산후우울증은 극심한 슬픔, 무기력감, 불안이 2주 이상 지속되는 특징을 보인다.
마트레센스는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나요?
마트레센스는 정해진 시작과 끝이 없는 과정에 가깝다. 보통 임신과 함께 시작되어 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다양한 형태로 지속될 수 있으며, 특히 첫 아이 출산 후 몇 년간 가장 강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빠도 비슷한 과정을 겪나요?
네, 아빠들 역시 ‘파트레센스(Patrescence)’라고 불리는 비슷한 전환기를 겪는다. 호르몬 변화의 폭은 엄마보다 적지만, 아빠 역시 부성애와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며 심리적, 사회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를 힘들게 보내면 아이에게 정말 나쁜 영향이 가나요?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good-enough)’ 양육 환경이다. 엄마가 힘든 시기를 보내더라도 주변의 지지를 받고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아이는 회복탄력성을 배울 수 있다. 죄책감보다 문제를 인지하고 대처하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
마트레센스를 잘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감정과 변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기 자비가 가장 중요하다. 배우자, 친구, 혹은 전문가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고 사회적 지지를 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