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와 분유 수유가 산모와 아이의 유대를 저해한다는 통념은 상당수 부모에게 깊은 죄책감을 안긴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 근거가 희박한 오해이며, 모성애는 특정 방식이 아닌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심리적 교감을 통해 발달하는 복합적 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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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방식이 모성의 본질을 규정한다는 위험한 착각
자연분만이 우월하며 제왕절개는 모성애 형성에 불리하다는 사회적 신화는 많은 산모를 불필요한 심리적 압박으로 내몬다. 이는 출산이라는 지극히 의료적인 행위를 모성의 자격 시험처럼 여기게 만드는 위험한 프레임이다.
실제로 국내 제왕절개 분만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이는 수많은 엄마들이 의학적 필요에 의한 선택에도 불구하고 ‘모성 실격’이라는 낙인에 시달릴 수 있음을 방증한다.
옥시토신 신화: 제왕절개의 호르몬적 오해
제왕절개가 진통 과정에서 분비되는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의 자연스러운 급증을 막아 애착 형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다. 옥시토신은 출산 과정뿐만 아니라 아기와의 피부 접촉, 눈 맞춤, 수유 등 다양한 긍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해서 분비된다. 출산의 방식은 애착 형성을 위한 여러 경로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왕절개 분만율은 51.5%에 달하며, 이는 절반 이상의 산모가 ‘비자연적’ 출산 경험으로 인한 심리적 부채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임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출산 직후의 호르몬 수치가 아니라, 이후 양육 과정에서 얼마나 꾸준히 아기와 교감하며 옥시토신 분비를 유도하는가이다. 따라서 제왕절개 후 의식적인 스킨십과 반응적인 돌봄은 애착의 신경화학적 기전을 충분히 활성화할 수 있다.
회복 지연과 초기 상호작용의 질

제왕절개는 자연분만보다 신체적 회복 기간이 길어 산모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적극적인 육아에 참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로 인한 초기 상호작용의 지연이 모성애 부족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이는 모성의 결핍이 아닌 생리학적 회복 과정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 산후 우울증 관련 연구들은 실제 분만 방식 자체보다, 분만 과정에서 느낀 고통의 정도나 주변의 지지 부족 같은 심리적 요인이 우울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다. 결국 제왕절개 산모의 애착 형성에 있어 핵심 변수는 수술 자체가 아니라, 배우자와 가족의 정서적·물리적 지원을 통해 엄마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회복하고 아기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가에 달려있다. 아기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엄마의 심리적 안정감이 초기 상호작용의 질을 결정한다.
모유수유, 모성애의 유일한 바로미터인가
‘완모(완전 모유수유)’를 이상적인 엄마의 상징으로 여기는 문화는 모유수유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엄마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죄책감을 유발한다. 수유는 아기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교감하는 중요한 행위이지만, 그것이 모성애의 전부를 증명하는 유일한 척도가 될 수는 없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산모의 건강 상태, 사회 복귀, 아기의 기질 등 복잡한 현실을 외면한 채 모든 엄마에게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애착 이론으로 본 수유의 본질
모유수유가 정서적 유대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이 애착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정신분석학자 존 보울비가 정립한 애착 이론의 핵심은 음식의 종류가 아닌, 양육자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반응성에 있다. 아기가 배고픔을 표현할 때, 누가 일관성 있게 그 요구를 충족시켜주며 안정을 주는지가 애착의 질을 결정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신생아기 엄마들의 핵심 스트레스 요인으로 수유 문제를 꼽았고, 과도한 수유 스트레스는 오히려 엄마와 아기의 긍정적 상호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안하고 지친 상태에서 억지로 이어가는 모유수유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기와 눈을 맞추며 분유를 먹이는 것이 애착 형성에 훨씬 긍정적일 수 있다. 수유의 본질은 아기를 품에 안고 교감하는 그 시간에 있다.
과학이 말하는 진짜 모성애의 조건
아동 발달 심리학의 수많은 연구는 모성애나 부모-자녀 간의 애착이 단 한 번의 사건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출산 방식이나 수유 방법은 아이의 인생 전체에 걸쳐 이어질 상호작용의 시작점일 뿐이다.
진정한 유대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일관된 사랑과 지지를 보내고, 아이의 감정과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장기적인 과정의 산물이다. 여러 육아 관련 기사들 역시 특정 방식의 강요가 아닌, 각 가정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과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다.
결론: 방법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모성
제왕절개와 분유 수유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은 많은 부모에게 불필요한 죄책감을 심어준다. 이제는 출산과 수유의 ‘방법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하는 ‘관계의 질’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낳고 무엇으로 배를 채워주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세상이 안전하고 사랑으로 가득한 곳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 믿음은 특정 행위가 아닌, 수많은 날들의 흔들림 없는 관심과 반응 속에서 자란다.
자주 묻는 질문
제왕절개를 하면 정말 훗날 아이와 애착 관계에 문제가 생기나요?
전혀 그렇지 않다. 애착은 출산 직후가 아닌, 출생 후 수년에 걸쳐 형성되는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수술 후 회복에 집중하며 아기와 꾸준히 교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모유를 먹이지 못하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치명적인가요?
결코 치명적이지 않다. 정서 발달의 핵심은 수유 방식이 아니라, 수유 시간 동안 엄마가 보여주는 따뜻한 스킨십과 눈 맞춤, 반응적인 태도이다. 분유 수유로도 충분한 교감이 가능하다.
출산 직후 캥거루 케어(피부 접촉)가 정말 중요한가요?
매우 중요하다. 캥거루 케어는 제왕절개 여부와 상관없이 산모와 아기 모두의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고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이는 애착 형성의 강력한 시작점이 된다.
모성애는 타고나는 것 아닌가요?
모성애는 본능적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기를 돌보는 경험을 통해 학습되고 강화되는 심리적 과정이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감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주변에서 출산과 수유 방식으로 압박을 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아기와 저에게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방식을 선택했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의학적 판단과 부모의 신념이 외부의 편견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