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분만과 모유수유 중단이 모성애 형성에 결정적 장애물이라는 오해는 옥시토신 호르몬의 단편적 이해에서 비롯된다. 출산 방식이나 수유 방법이 초기 상호작용에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아동 발달학 관점에서 볼 때 장기적인 애착의 질은 양육자의 일관된 반응성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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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방식이 정서적 유대를 결정한다는 착각
산모들 사이에서는 자연분만이 모성애 형성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며, 제왕절개는 ‘진정한 출산’이 아니라는 편견이 존재한다. 이는 출산 과정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역할을 극단적으로 해석한 결과로, 많은 제왕절개 산모에게 불필요한 죄책감을 안겨준다.
옥시토신 분비량과 모성애의 상관관계
자연분만 시 자궁 수축을 촉진하는 옥시토신은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며 유대감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왕절개는 이 과정이 생략되어 초기 옥시토신 분비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모성애는 단일 호르몬으로 결정되는 기계적 반응이 아니다. 2021년 통계청 출생통계에 따르면 국내 제왕절개 분만율은 50%를 상회하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치이다. 만약 출산 방식이 모성애를 결정한다면, 우리 사회 절반 이상의 엄마들은 모성애 결핍 상태라는 위험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며, 애착은 출산 직후뿐 아니라 수년에 걸쳐 상호작용으로 축적되는 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수술 후 회복 지연이 초래하는 심리적 장벽

제왕절개 산모는 수술 후 통증과 거동의 불편함으로 인해 아기를 안거나 돌보는 데 물리적 제약을 겪는다. 이로 인해 초기 스킨십이나 수유 시도가 지연되면서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닌가’라는 자책감에 빠지기 쉽다. 이는 모성애 부족이 아니라, 신체적 어려움에서 오는 일시적인 심리적 위축 상태이다. 아동 발달 심리학에서는 생후 초기 ‘결정적 시기’보다, 이후 양육 과정 전반에 걸친 정서적 가용성(emotional availability)이 애착 안정성에 훨씬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초기의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 가능하며, 이를 애착 실패의 증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모유수유, 애착을 위한 유일한 해답인가
모유수유는 영양 공급을 넘어 엄마와 아기 간의 강력한 정서적 교감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모유수유에 실패한 엄마들은 아기와의 애착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신체 접촉과 프로락틴의 상호작용
모유수유 시 아기의 빠는 자극은 엄마의 뇌하수체를 자극해 프로락틴과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 프로락틴은 모유 생성을 담당하며, 엄마가 아기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심리적 효과도 가진다. 이러한 생화학적 기전은 모유수유가 애착 증진에 긍정적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2018년 유아 모유수유 실태조사를 보면 완전모유수유율은 생후 3개월에 30% 이하로 급격히 감소한다. 수많은 엄마들이 신체적, 환경적 요인으로 모유수유를 중단하지만, 이것이 곧 애착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수유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눈 맞춤, 부드러운 목소리, 따뜻한 포옹이다.
과학적 데이터가 말하는 모성애의 본질
출산 방식과 수유 방법은 엄마와 아기의 첫 만남을 채색하는 여러 요인 중 일부일 뿐, 전체 관계를 규정하지 않는다. 모성애는 타고나는 본능이라기보다, 아기를 돌보며 학습되고 발달하는 복합적인 감정이자 기술에 가깝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여러 패널 연구 데이터는 출산 방식이나 수유 방법보다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 수준, 부부 관계의 질, 사회적 지지체계가 아동의 정서 발달에 훨씬 유의미한 변수임을 보여준다. 제왕절개를 했더라도, 분유수유를 하더라도, 아기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모성애의 핵심이다. 죄책감과 불안감은 오히려 양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적이다.
최종 판단은 엄마의 몫: 죄책감을 넘어 신뢰로
제왕절개와 분유수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많은 엄마들을 불필요한 고통 속에 가둔다. 과학적 연구와 데이터는 출산과 수유 방식이 모성애나 애착의 질을 결정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방법론이 아니라, 엄마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스스로를 ‘부족한 엄마’로 낙인찍기보다, 아기와 교감하는 모든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엄마의 행복과 심리적 안정이 결국 아기에게 가장 좋은 애착 환경을 제공하는 근간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제왕절개를 하면 정말 모성애가 부족해지나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출산 직후 호르몬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장기적인 모성애나 애착 관계의 질을 결정하지 않는다. 수술 후 회복에 집중하며 아기와 점진적으로 유대를 쌓아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모유수유를 못하면 아기와의 애착에 문제가 생기나요?
그렇지 않다. 애착은 수유 방법이 아닌, 수유 시간 동안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분유수유 시에도 아기의 눈을 맞추고, 다정하게 말을 걸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출산 직후 아기와 떨어져 있었는데 괜찮을까요?
걱정할 필요 없다. 소위 ‘결정적 시기’ 이론은 현대 아동 발달학에서 많은 비판을 받으며 폐기되는 추세이다. 이후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상호작용이 애착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분유수유 시 애착 형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특정인이 정해진 시간에 수유하며 아기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좋다. 수유 중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아기에게 집중하며, 수유 후 트림을 시키거나 가볍게 안아주는 등 긍정적 상호작용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술 부위 통증 때문에 아기 안기가 힘든데 어떡하죠?
엄마의 신체적 회복이 최우선이다. 무리해서 안기보다, 옆에 누워 아기의 손을 잡아주거나 얼굴을 쓰다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아기는 충분한 안정감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