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부모의 모성애가 생물학적 부모와 신경학적으로 동일한 기반을 갖는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뇌의 변화는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부모와 자녀 간의 반복적인 상호작용과 애착 신호를 통해 완성된다. 이는 혈연이 아닌 관계의 경험이 뇌를 재구성하는 강력한 힘을 가졌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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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모성애’, 그 신경학적 실체
모성애는 출산과 함께 주어지는 신비한 본능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많은 입양 부모들은 ‘과연 나도 친부모와 같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현대 뇌과학은 모성애가 선천적 본능인 동시에, 양육이라는 경험을 통해 뇌가 적극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의 산물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혈연과 무관하게, 아이를 돌보는 행위 자체가 부모의 뇌를 ‘부모의 뇌’로 조각하는 것이다.
옥시토신과 뇌 보상회로의 재편
입양 부모가 아이와 처음 만났을 때 느끼는 낯섦과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임신과 출산을 통한 호르몬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뇌의 애착 회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하지만 아이를 안고, 눈을 맞추고, 요구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옥시토신은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여 아이의 존재 자체를 기쁨과 만족의 원천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실제로 여러 신경 영상 연구에 따르면, 입양모와 친모가 자신의 아기 사진을 보았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편도체, 복측피개영역 등)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모성애의 신경학적 기반이 출산 여부가 아닌, 반복적이고 일관된 상호작용의 경험에 의해 구축됨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이다.
입양 가정의 애착 형성, 보이지 않는 장벽

부모의 뇌가 사랑을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해도, 그 과정이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다. 입양 가정은 일반 가정과 다른 독특한 심리적, 환경적 도전에 직면하게 되며, 이는 애착 형성에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이전에 겪었던 상실이나 불안정한 환경의 경험은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이를 이해하고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반응성 애착장애’의 그림자와 부모의 뇌
입양 아동, 특히 시설 등에서 장기간 생활한 아동의 경우 초기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해 ‘반응성 애착장애(RAD)’의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 아이들은 위로를 거부하거나, 스킨십에 저항하거나, 감정 표현이 극도로 제한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아이의 거절 신호는 부모의 뇌에 긍정적 피드백이 아닌 스트레스 신호로 작용하여, 옥시토신 대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내입양 현황 분석에 따르면 입양 아동의 연령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는, 이들이 이전 환경에서 겪었을지 모를 애착의 어려움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부모가 아이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민감하고 반응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애착 회로를 다시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며, 이 과정에는 종종 전문가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사회적 편견과 부모의 심리적 소진
“낳아준 부모는 따로 있니?”와 같은 무심한 질문이나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입양 부모에게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감은 부모의 심리적 소진을 유발하며, 이는 뇌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성 스트레스는 공감, 정서 조절, 계획 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육아정책연구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입양 부모가 경험하는 양육 스트레스는 가족 및 지역사회의 지지 수준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입양 부모를 위한 지지 그룹이나 상담 프로그램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부모의 뇌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아이와의 긍정적 관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필수적인 애착 안정화 장치 역할을 한다.
과학이 증명하는 유대감, 뇌를 변화시키는 양육의 기술
입양 가정의 애착 형성이 가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뇌과학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뇌는 고정된 기관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놀라운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의식적이고 반복적인 특정 양육 행동은 부모와 아이 모두의 뇌에 긍정적인 각인을 남기며, 혈연을 뛰어넘는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신경학적 토대를 마련한다.
스킨십과 눈맞춤: 뇌의 ‘애착 스위치’를 켜는 법
아이를 안아주고, 쓰다듬고, 눈을 맞추는 행위는 단순히 애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선다. 이것은 부모와 아이의 뇌에서 동시에 애착 스위치를 켜는 강력한 신경생물학적 자극이다. 피부의 접촉은 옥시토신 분비를 직접적으로 촉진하며, 서로의 눈을 응시하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거울 뉴런 시스템’을 활성화시킨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들은 부모-자녀 간의 신체적 접촉 빈도와 안정 애착 형성 비율 사이에 강한 정적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보다 상호작용의 질이다. 하루 단 몇 분이라도 모든 방해 요소를 차단하고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나누는 교감은, 몇 시간 동안 건성으로 함께 있는 것보다 뇌에 훨씬 더 강력한 긍정적 신호를 보낸다. 이러한 행동은 ‘좋은 습관’이 아니라, 관계의 뇌를 조각하는 적극적인 신경학적 개입이다.
결론: 혈연을 넘어선 ‘관계의 뇌과학’
입양 부모의 모성애와 뇌의 변화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일깨운다. 부모됨의 본질은 유전자의 공유가 아니라, 관계를 맺고 책임을 다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뇌는 아이를 향한 헌신적인 돌봄과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를 ‘부모의 뇌’로 빚어간다. 물론 그 과정에는 사회적 편견과 아이의 과거로부터 비롯된 녹록지 않은 과제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가 가진 놀라운 가소성은, 꾸준한 노력과 사랑이 결국 혈연의 벽을 넘어 가장 깊고 단단한 유대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입양 부모는 친부모와 동일한 수준의 모성애를 느낄 수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뇌 기능 영상 연구 결과,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활성화되는 입양 부모의 뇌 속 애착 및 보상 관련 회로는 친부모와 거의 동일한 패턴을 보입니다. 모성애의 강도는 생물학적 연결이 아닌 양육 경험의 질에 의해 결정됩니다.
아이가 저를 밀어낼 때 죄책감이 드는데, 제 뇌가 문제인가요?
이는 부모의 뇌가 문제라기보다, 거절 신호에 대한 자연스러운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아이의 행동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방어기제일 수 있으므로, 부모의 잘못으로 여기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꾸준히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양 직후 ‘결정적 시기’를 놓치면 애착 형성이 불가능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영유아기가 애착 형성에 중요한 시기인 것은 맞지만, 뇌의 가소성은 평생에 걸쳐 유지됩니다. 늦게 입양되었더라도 일관된 사랑과 지지적 환경이 제공된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남성 입양 부모의 뇌에도 변화가 생기나요?
물론입니다. 주 양육자로서 아이를 돌보는 남성의 뇌 역시 여성과 유사한 변화를 겪습니다. 옥시토신과 함께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바소프레신 호르몬의 역할이 두드러지며,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뇌 회로가 재편됩니다.
뇌 변화를 돕기 위해 약물이나 영양제가 도움이 될까요?
권장되지 않습니다. 부모-자녀의 애착과 관련된 뇌의 변화를 촉진하는 가장 강력하고 안전한 방법은 약물이 아닙니다. 아이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 즉 스킨십, 눈맞춤, 반응적인 돌봄, 그리고 부모 자신의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효과적인 ‘두뇌 영양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