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모성애’는 사회가 만든 위험한 신화일 수 있다. 출산 직후 모성애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호르몬 및 심리적 적응 과정의 일부이다. 아동 발달학 관점에서 진정한 애착은 순간의 감정이 아닌, 일관된 상호작용을 통해 구축되는 과학적 결과물임을 이 기사는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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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라는 신화, 그 위험한 착각
수많은 산모들이 출산 직후 아이를 품에 안고도 언론이나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것과 같은 벅찬 감동을 느끼지 못해 혼란에 빠진다. 이들은 ‘나는 엄마 자격이 없나’라는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이는 산후 우울감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모성애는 타고나는 본능이라기보다 학습되고 발달하는 관계에 가깝다.
사회적 압박감이 만드는 ‘가짜 죄책감’
아기를 안고 있어도 낯설고 막막한 감정이 드는 것은 결코 당신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다. 현대 사회는 ‘모성애는숭고하고 즉각적인 것’이라는 강력한 프레임을 씌우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문화적 산물에 불과하다. 뇌가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과 역할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적 공백은 당연한 적응기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분석하면, 출산 후 여성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은 상당하며 사회적 기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아이에 대한 해로운 행동이 없고 아이를 돌보려는 의지가 있다면, 초기 감정의 부재는 문제로 볼 수 없다. 발달 심리학적 관점에서 애착은 수유, 스킨십, 반응과 같은 생물학적, 행동적 동기화 과정의 결과물이지 원인이 아니다.
‘애착’의 과학, 감정이 아닌 상호작용의 결과물

우리가 흔히 ‘모성애’라고 부르는 감정의 실체는 아동 발달학에서 ‘애착(Attachment)’이라는 개념으로 더 정교하게 설명된다. 애착은 감정의 강도가 아니라 상호작용의 질과 일관성으로 형성되는 생물학적 유대 관계를 의미한다. 이는 부모의 노력과 시간을 통해 서서히 쌓아 올려지는 견고한 탑과 같다.
옥시토신과 프로락틴의 이중주

출산 후 산모의 몸에서는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과 모유 분비를 촉진하는 프로락틴이 다량 분비된다. 이 호르몬들은 산모가 아이에게 헌신적인 돌봄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생물학적 기제이다. 즉,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도 엄마는 본능적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게 된다. 이러한 반복적인 돌봄 행위 자체가 엄마와 아기 모두의 옥시토신 수치를 높여 유대감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따라서 출산 초기에는 감정의 유무를 자책하기보다, 돌봄 행동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애착 형성의 핵심이다. 뇌는 행동을 통해 감정을 학습하고 강화한다.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현실적 목표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캇이 제시한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 개념은 모든 부모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하고 항상 사랑이 넘치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의 요구에 ‘대체로’ 민감하게 반응해주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는 엄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기 부모 양육 스트레스 연구 결과는 완벽주의적 양육 태도가 부모의 소진을 유발하고 오히려 아동과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아이의 뇌 발달에 결정적인 것은 부모의 초기 감정의 강렬함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양육 환경 그 자체이다.
감정의 함정에서 벗어나 관계를 쌓아 올리는 길
특정한 감정을 느껴야만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부모와 아이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모성애라는 감정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증’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졸업장’에 가깝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좇기보다, 눈앞의 아이에게 집중하는 구체적인 행동 하나하나가 애착의 벽돌을 쌓아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결국 부모의 사랑이 발현되는 속도와 형태는 가족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그 진정성은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이 아닌, 아이와 함께하는 매일의 헌신과 노력 속에 있다. 당신의 방식대로, 당신의 속도대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가장 과학적이고 건강한 육아의 시작이다.
자주 묻는 질문
아기를 봐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건가요?
그렇지 않다. 출산 후의 극심한 신체적, 호르몬적 변화와 수면 부족은 정서적 무딤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지극히 흔한 현상이며, 아이에 대한 책임감 있는 돌봄 행동이 감정보다 훨씬 중요하다.
모성애는 언제쯤 생기나요?
정해진 시점은 없다. 수일 내에 강렬한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개월에 걸쳐 아이와 상호작용하며 서서히 감정이 깊어지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이는 개인차가 큰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죄책감 때문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계속 듭니다.
그 죄책감은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낸 불필요한 감정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의 죄책감이 아니라 안정적인 돌봄과 예측 가능한 환경이다. 감정이 힘들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편이나 가족에게 이런 감정을 털어놓아도 될까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솔직한 소통은 파트너와 가족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첫걸음이다. 혼자 고립되는 것은 산후우울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아이의 애착 형성에 정말 아무런 영향이 없나요?
엄마의 초기 감정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후의 일관된 양육 태도이다. 아이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꾸준히 돌보는 노력을 한다면, 초기 감정의 부재는 장기적인 애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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