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격동기, 마트레센스는 여성의 뇌와 신체, 정체성을 뒤흔드는 거대한 전환이다. 이 시기 부부 갈등은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 환경을 결정짓는 중대 변수이며, 과학적 이해 없이 방치할 경우 관계의 돌이킬 수 없는 균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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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되기’의 격동기, 마트레센스를 아는가
출산 후 여성은 아이를 낳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생활 패턴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Adolescence)에 비견될 만큼 극적인 호르몬 변화와 뇌 구조의 재편성을 겪으며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는 시기, 아동 발달학에서는 이를 마트레센스(Matrescence)라 부른다.
하지만 사회는 아기의 안녕에만 집중할 뿐, 한 여성이 겪는 내면의 폭풍은 당연한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린다. 이 거대한 심리적·신체적 전환에 대한 이해 부족은 부부 관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복병이 된다.
호르몬과 뇌의 재편성, 갈등은 예고된 수순
출산 후 여성의 몸에서는 옥시토신과 프로락틴 수치가 급증하는 반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급락한다. 이는 아기와의 애착 형성과 양육 행동을 촉진하도록 뇌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으로, 여성의 우선순위를 생존과 번식, 즉 아기에게 완전히 집중하도록 만든다. 남편과의 관계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생물학적 프로그램에 가깝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은 아내의 날 선 반응과 무관심에 소외감과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마트레센스 시기 갈등의 핵심 기전이다.
‘엄마의 뇌’로의 진화와 남편의 소외감

아내는 24시간 내내 아기의 미세한 신호에 반응하며 극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공감과 사회적 인지를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과 편도체의 활동이 변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남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감정을 살필 심리적, 신체적 여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남편은 아내의 관심이 오직 아이에게만 향하는 것을 보며 자신이 가족의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상실감을 경험한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후 1년 이내 부부 중 60% 이상이 심각한 정서적 단절을 경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부 관계의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이 시기를 서로에 대한 애정의 소멸로 오인하는 것이 가장 큰 비극이다. 이 변화는 관계의 위기가 아닌, ‘부모’라는 새로운 역할을 함께 수립해나갈 전환점으로 인식해야 한다.
달라진 역할 기대와 소통의 부재

아이는 부부에게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부여한다. 특히 아내는 출산과 함께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막중한 사회적 압박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독박육아,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은 아내를 지치게 만들고, 남편은 가장으로서의 경제적 책임감에 짓눌린다. 서로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한 채 ‘왜 나만 힘든 걸 몰라주냐’는 원망이 쌓이면 사소한 집안일 분담 문제도 감정적 전쟁으로 비화한다. 이 시기의 다툼은 누가 더 많이 일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자신의 희생과 노력을 상대방이 인정해주길 바라는 처절한 신호에 가깝다. 부부는 의식적으로 하루 10분이라도 서로의 고충을 들어주는 소통의 시간을 확보하고, 가사와 육아에 대한 구체적인 규칙을 함께 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부 갈등, 아이의 뇌에 새겨지는 상처
마트레센스 시기 부부의 불안정한 관계는 두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부모의 잦은 다툼과 냉랭한 분위기는 영아기 아이에게 만성적인 스트레스 환경을 제공한다. 부모의 높은 스트레스는 아이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이는 뇌 발달, 특히 정서 조절과 관련된 해마와 편도체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아이의 기질 형성뿐만 아니라 향후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의 기초를 뒤흔드는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영아기 안정적 애착 관계와 긍정적인 양육 환경을 아동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강조한다. 결국 부부 관계의 안정은 최고의 육아 정책이자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위기 혹은 기회, 마트레센스 재정의하기
마트레센스는 여성 혼자 겪어내는 외로운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부부가 함께 ‘부모’로 성장하며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생물학적 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를 파트너로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이 격동의 시기를 어떻게 통과하는지에 따라 부부의 미래는 달라진다. 마트레센스는 부부 관계의 종말을 고하는 위기가 될 수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온전히 부부의 몫으로 남는다.
자주 묻는 질문
마트레센스는 모든 여성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나?
모든 여성이 겪는 보편적인 과정이지만, 개인의 기질, 건강 상태, 사회적 지지 시스템, 남편의 협조 수준 등에 따라 그 강도와 양상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심리적 어려움이 크다면 이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주변 환경의 도움이 필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편은 아내의 변화를 어떻게 도와야 하나?
아내의 변화를 비난하거나 개인의 감정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내가 겪는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하고, 말없이 집안일을 돕거나 잠시 혼자 쉴 시간을 마련해주는 등 실질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산후우울증과 마트레센스는 어떻게 다른가?
마트레센스는 ‘엄마’로의 정체성이 발달하는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전환 과정이다. 반면 산후우울증은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우울감, 불안, 무기력 등이 2주 이상 지속되는 질병으로,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해 전문가 상담이 필수적인가?
모든 부부가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화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갈등의 골이 지속적으로 깊어진다면, 부부 상담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소통 기술을 배우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 시기의 갈등이 아이에게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부모의 만성적 갈등에 노출된 아이는 정서적 불안정, 또래 관계의 어려움, 스트레스 취약성 등을 보일 확률이 높다. 안정적인 부부 관계는 아이에게 세상이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곳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첫 번째 교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