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정체성의 격변기, ‘마트레센스(Matrescence)’는 단순한 감정 기복이 아닌 뇌 구조가 재편되는 중대한 발달 과정이다. 이 시기를 과학적 이해 없이 방치할 경우 양육 환경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신뢰도 높은 도서와 논문을 통한 학습은 필수적인 자기 돌봄 전략이 된다.
![]()
마트레센스, 산후우울증과 혼동되는 뇌의 재편 과정
출산 후 여성의 몸과 마음은 이전에 없던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맞이한다.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피로나 산후우울증으로 치부하지만, 그 이면에는 ‘마트레센스’라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필연적인 발달 단계가 존재한다.
이는 인류학자 다나 라파엘(Dana Raphael)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여성이 어머니로 전환되면서 겪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정체성의 총체적 변화를 의미한다. 사춘기(Adolescence)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시기이듯, 마트레센스는 여성에서 어머니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셈이다.
호르몬 변화를 넘어선 신경학적 리모델링
마트레센스는 단순한 감정의 동요가 아니다.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는 물론, 뇌의 편도체, 전전두엽 피질 등 사회적 인지와 공감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실제적인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아기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뇌가 스스로를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2022년 네이처 리뷰 신경과학(Nature Reviews Neuroscience)에 게재된 연구는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뇌 구조를 장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시기의 혼란과 불안은 비정상이 아닌, 새로운 역할을 학습하는 뇌의 자연스러운 적응 활동인 것이다.
사회적 고립과 왜곡된 모성 신화

문제는 이러한 정상적인 변화 과정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첫 자녀 출산 후 1년 이내의 여성 중 50% 이상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느낌’을 받는다고 응답하였다. 완벽한 모성이라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마트레센스에 대한 무지는 자연스러운 성장통을 병리적인 문제로 오인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죄책감과 무력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다.
지성의 힘으로 격동기를 항해하는 법, 필독서 3선
이 미지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선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하다. 마트레센스를 깊이 있게 다룬 책들은 여성들이 겪는 혼란에 이름을 붙여주고, 개인의 경험이 보편적인 과정의 일부임을 깨닫게 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힘을 길러주는 책들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알렉산드라 삭스, 마트레센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자신의 임상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마트레센스의 개념을 대중적으로 알린 기념비적인 책이다. 이 책은 엄마가 되면서 느끼는 양가감정, 즉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이전의 자유로운 삶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지극히 정상임을 역설한다. 독자는 책을 통해 자신의 복잡한 감정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깊은 안도감을 얻게 된다. 저자는 ‘완벽한 엄마’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충분히 좋은 엄마’로 나아가는 현실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심리적 대처법을 안내한다.
리사 모스코니, 더 브레인
뇌과학자인 저자는 여성의 뇌가 생애주기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특히 임신과 출산 기간 동안 뇌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변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마미 브레인(Mommy Brain)’이라 불리는 건망증이나 집중력 저하 현상이 뇌 기능의 퇴화가 아니라, 아기에게 집중하기 위해 뇌의 자원을 재배치하는 과정임을 입증한다. 이 책은 여성들이 자신의 인지적 변화를 불안하게 여기는 대신, 놀라운 적응 과정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결론: 나의 변화를 명명하고 긍정할 용기
마트레센스라는 개념을 아는 것만으로도 양육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이름 없는 고통은 개인을 잠식하지만, 이름이 붙여진 현상은 이해와 탐구의 대상이 된다. 도서와 논문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엄마가 된 여성이 겪는 거대한 내면의 소용돌이를 스스로 해석하고 항해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결국 이 시기를 어떻게 통과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적인 답은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있다. 정부의 다양한 육아지원 정책과 더불어, 스스로의 변화를 학술적으로 탐구하는 주체적인 노력이 동반될 때, 마트레센스는 위기가 아닌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마트레센스는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나?
마트레센스는 임신 기간부터 시작되어 출산 후 수년, 혹은 평생에 걸쳐 지속될 수 있는 매우 긴 과정이다. 특정 시점에 명확히 끝나기보다는, 자녀의 성장 단계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특징을 보인다.
산후우울증과 마트레센스는 어떻게 다른가?
마트레센스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으로 정체성의 재정립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변화를 의미한다. 반면 산후우울증은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극심한 우울감, 불안, 무기력증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으로,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남편이나 파트너는 어떻게 도울 수 있나?
파트너가 마트레센스 개념을 함께 학습하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내의 감정적, 신체적 변화를 비난하거나 문제시하는 대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질적인 가사 및 육아 분담은 물론, 아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둘째나 셋째를 낳을 때도 마트레센스를 겪나?
그렇다. 아이가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엄마의 역할과 정체성은 다시 한번 재조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첫째 때와는 또 다른 종류의 심리적, 현실적 도전에 직면하게 되므로, 두 번째, 세 번째 마트레센스 역시 충분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
마트레센스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라는 정체성 외에 자신의 이름, 욕구,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